아이폰, 조만간 더 비싸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 한 대에 1,000달러를 지불하는 것도 이미 부담스러운 일인데, 소비자들은 올해 후반기 더 큰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정책이 재적용될 경우, 아이폰은 물론 노트북, 자동차, 이어폰, 마우스 등 다양한 기술 제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특히 아이폰 가격은 빠르면 몇 주 안에, 늦어도 몇 달 이내에 상당히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과 인터뷰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을 비롯한 많은 기술 기업들이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125%의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며 미중 무역 갈등을 또다시 고조시켰다.
단기적으로 애플은 현재 미국에 보관 중인 아이폰 재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애플은 장기적으로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신제품 출시 전략까지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애플은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를 받은 바 있지만, 이번에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의 스마트폰 분야 애널리스트 잭 리덤은 “애플은 고통의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내 아이폰 가격 변동 가능성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 및 조립의 약 90%가 중국에 기반하고 있어, 이번 관세 조치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시기나 인상 폭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재고 소진 속도와 소비자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애플은 차기 아이폰을 9월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미국 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경우, 그보다 일찍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IDC의 라이언 리스 부사장은 “재고가 떨어지면 애플뿐 아니라 다른 제조사 제품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애플이 미국 내에서 최대 3주간 활용 가능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았으며, 카날리스는 약 2~3개월치 재고가 남아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추적하는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애플이 4.5주에서 6주 사이의 재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으며, 최근 2월에는 이보다 많은 출하량이 확인되었다고 전했다.
카날리스는 최근 몇 주간 미국 시장에 상당한 양의 스마트폰이 유입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가격 인상 폭은 애플과 협력사들이 추가 비용을 얼마나 감수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UB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 16 프로 맥스 기본 모델(1,199달러 기준)은 800달러(약 67%)까지 인상될 수 있으며, 인도에서 조립된 경우에는 약 45달러 정도의 상승에 그칠 수 있다. 이 예측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25% 관세와 다른 국가들에 대한 90일간 유예 조치를 반영한 것이다.
무선통신사들은 이전 세대의 재고가 적은 제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부 프로그램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 내 휴대폰 구매자의 약 55%는 할부 방식으로 기기를 구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장기적으로 애플의 대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폰 생산을 미국 내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을 분산시켜 왔으며, 최근에는 인도에서 미국 시장용 아이폰 생산량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령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을 진행한다 해도, 핵심 부품 대부분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단순한 생산지 이동만으로는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