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테슬라와 165억 달러 규모 AI 반도체 생산 계약 체결…머스크 “전략적 의미 매우 크다”

AI 반도체 생산 협력, 양사에 ‘윈윈’ 효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165억 달러(약 21조 8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사의 전략적 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계약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의 신규 반도체 공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삼성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계약에 대해 “전략적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반도체 자립 강화 움직임과 맞물린 투자
이번 계약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이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삼성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47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AI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월요일 게시글에서 “삼성은 테슬라가 제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직접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며 “내가 직접 생산 라인을 점검하며 진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장이 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지연된 프로젝트에 활력…삼성 파운드리 사업 회생 신호
이번 계약은 그간 큰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지연되던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사업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수석연구원은 “테일러 공장은 지금까지 사실상 고객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빈 응우옌은 “삼성과 테슬라 모두에게 유리한 계약”이라며 “삼성은 미국 내 유휴 생산설비를 가동할 고객을 확보하고, 테슬라는 복잡한 공급망을 단순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이번 발표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월요일에만 6.8% 상승했으며, 테슬라 역시 4.2%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기적으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둔화나 로보택시 서비스 확장 등 즉각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AI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머스크는 AI6 칩이 향후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적용될 것이라 밝힌 바 있으며, 강력한 연산 성능을 바탕으로 보다 광범위한 AI 응용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이번 계약의 165억 달러 규모는 최소치일 뿐”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몇 배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경쟁 속 삼성의 반전 기회
이번 계약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TSMC 등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삼성에게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텍사스 공장의 본격 가동을 2026년으로 연기한 상태지만, 테슬라와의 계약을 통해 해당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네덜란드 ASML로부터 반도체 장비 인도를 연기하는 등 해당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컸으나, 테슬라라는 대형 고객 확보로 미국 파운드리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