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증시 4일 연속 하락…지정학적 위기와 무역 불확실성이 투자심리 위축시켜

독일 증시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무역 갈등, 그리고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 전반의 증시도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독일의 DAX 40 지수는 6월 초 기록한 고점 24,479에서 3% 이상 하락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차익 실현이나 고점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독일 주식에 대한 매수세를 주춤하게 만드는 더 복합적인 원인들이 존재한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안전자산 선호로 자금 이동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이 미국 측에 보고되었으며, 이에 미국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상향하고 중동 국가 내 외교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이란은 만약 공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미사일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자국의 군사 및 외교 시설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빼내고,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기민감주가 다수를 차지하는 DAX 지수는 이러한 글로벌 리스크 회피 분위기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무역 갈등…독일 수출 경제에 직격탄 우려
무역 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에 대해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시사하면서 독일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독일은 세계 3위 수출국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 국가에 한해 현재 유예 중인 보복관세 조치를 90일 더 연장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무역 전쟁 가능성은 독일의 제조업 기반 경제 모델에 구조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및 기계 산업 비중이 높은 독일 기업들은 공급망 교란과 수요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제 지표 불확실성과 정책 모호성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합의 초안이 공개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중국 측의 공식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유럽은 미중 간의 무역 안정에 따른 간접적 혜택을 받는 지역이기에, 현재의 불확실성은 유럽 증시에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최근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지만,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DAX 구성 종목 중 산업재, 자동차, 기술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수요 둔화 우려가 실적 하향 조정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상호 연결된 구조인 만큼, 특정 지역의 충격은 곧 독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섹터 순환 매매 가속화
2025년 6월 12일 기준, DAX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8.67로, 최근 5년 평균 범위(12.10~15.67)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현재 독일 증시가 역사적 기준에서 ‘고평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은 일부 투자자들로 하여금 방어적인 섹터로 자산을 재분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술주와 산업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섹터로의 회전이 발생하면서 DAX의 조정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전반적으로 독일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가 필요한 상황이다.